나는 요즘 인간관계, 특히나 친구간의 관계에 대한 생각이 많다. 무엇이 옳은 걸까? 어디까지가 옳은걸까..?
1. 갈수록 무던해지는, 초월해지는 나
20살의 나는 내가 알고 지내던 사람들 한사람, 한사람에게 먼저 연락하고 챙기는 그런 사람이었다. 고등학교 친구들을 만나면 최대한 많은 친구들을 모아서 다같이 만났으면 했고, 단톡방도 다같이 만들어 서로 연락하며 소식을 들었으면 했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그렇지 않다. 인간관계, 특히 사회생활처럼 굳이 억지로 하지 않아도 되는 친구관계에서는 시간이 가면 갈수록 무던해지고 초월해지는 거 같다. 나의 경계선 안 쪽에 그들이 없다면, 굳이 잡지 않는다.

처음에는 이것이 어려웠다. 한사람, 한사람이 나와 함께 추억, 관계를 쌓았던 존재들이었다. 그것이 짧았던, 얇았던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 인연이 아쉬웠고 그 인연을 오래도록 끌고갈 수 있다면 끌고가는 것이 미덕이라고 여겼다. (친구한테 잘하고 친구를 많이 사귀라는 말을 어려서부터 듣고 배워서 그런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
인연이 아쉬웠다.. 하지만, 이는 중요한 문제도 아니고 가능한 일도 아니며, 인간관계, 친구관계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관계를 이루고 있는 나와 상대방의 '균형'이라는 점을 깨닫는데 시간이 조금 걸렸다. 관계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균형인 거 같다. 당신도 그렇게 생각하는가?



2. 가장 중요한 것은 균형이다.
나는 인간관계, 특히나 친구관계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균형이라고 생각한다. 균형이란 무엇인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적당한 것을 말한다. 이게 말이 도대체 무슨 소리일까? 말이 쉽지, 세상에 균형이라는 말만큼 어려운 말도 없다.
2.1 연락의 균형
첫째, 연락의 균형이다. 여기서 말하는 균형은 조금 더 상세히 말하자면, 빈도를 말한다.
나는 친구 부류가 여럿있는데, 그 중에는 매일 연락을 하고 있거나 해도 이상하지 않은 부류, 심지어는 매일 전화해도 이상하지 않은 부류, 2~3일 정도마다 한 번씩 연락하는 부류,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연락을 하게 되는 부류, 분기당 한 번씩 연락하게 되는 부류, 단 둘이 봐도 괜찮은 부류, 둘이서는 절대 못 볼거 같은 부류 등 여러 분류로 나눌 수 있다. 이는 내가 머릿 속에 그려본 기준으로 당신은 다른 기준으로 삼아도 좋다.

자, 여기서 분기당 한 번씩 연락하고 만나던 친구가 한 명 있었다. 그런데, 이 친구가 어느 날부터, 뜬금없이(이 표현이 중요하다. ) 하루에 한 번씩 연락을 해온다. 뭐하고 있는 지 물어보고, 근황을 이야기하기도 하고, 이모티콘을 보내오기도 한다.
나는 여기서 굉장한 이질감을 느꼈다. 분명히 이 친구와 나는 분기에 한 번 정도나 연락하고 만나는 사이인데, 나와는 상관없이 그 친구로 인해 일방적으로 그 빈도가 확 줄어들었다. '균형'이 깨진 것이다. 이 균형이 깨지면, 둘의 관계는 상당히 어색해진다. 갑자기 "분기당 한 번 씩 연락하고 만나던 친구"가 "매일 연락을 하고 있거나, 해도 이상하지 않은 부류"로 넘어온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뜬금없다'라는 표현이 자연스레 나왔던 것이다.

분기당 한 번 씩 연락하는 사이라고 해서 친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이 친구에게는 딱 털어놓고 전화통화를 하며, 소식을 듣고 자연스레 연락의 빈도가 늘어난 것을 물어보았고, 최근에 결별을 하여, 외로운 감정때문에 그랬다고 말하였다. 그리고 그 친구는 연인을 제외하고는 누군가와 매일매일 연락하는 관계를 유지하는 친구가 없었다고 하였다.
알고보니, 나 뿐만아니라, 모두에게 "분기당 한 번 씩 연락하고 만나던 친구"였던 것이다. 이 친구는 본인의 삶의 철학으로 사람을 깊게 사귀는 것보다는 얇지만 넓고 많이 사귀는 것을 추구하였는데, 젊어서는 괜찮았지만, 나이가 들면서 점점 외로움을 느끼고 소위 말하는 현타를 많이 겪고 있었던 상태였다. 그렇기에 나는 내 "친구 부류"들 이야기를 해주며, 연락의 균형을 맞춰보라고 조언해주었다. 이 같은 이유 때문에, 연락의 균형은 관계의 중요한 요소이다. 나와 상대방이 생각하는 균형이 맞아야한다.



2.2 대화 및 가치관의 균형
두 번째는 대화 및 가치관의 균형이다. 나는 인간관계에 있어서 대화가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대화가 잘통하고 즐겁기 위해서는 가치관이 어느정도 일치해야한다. 정확하게 일치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 방향성이 같아야한다.
인간관계, 친구관계를 유지하다보면, 어느정도 분류가 되는 것이 있는데, 바로 웃을 수만 있는 관계와 어떤 이야기든지 털어놓을 수 있는 관계이다.

나는 이 두 부류의 차이점에 대해서 생각해보았는데, 바로 가치관의 차이가 이러한 차이를 가져온다고 봤다. 가치관은 인간관계, 친구관계의 깊이를 더해준다. 겉핥기식, 그러니까 인스턴트와 같은 인간관계라면, 가치관은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보다 깊은 관계를 갖고자 한다면, 가치관의 균형은 중요한 문제가 된다. 그리고 가치관의 균형은 상대방과 나의 일상에서 얼마나 '공통된 파이'가 존재하느냐를 말해줄 수 있다.
가령, A라는 친구는 연예계의 가십거리에 관심이 없다. 큰 이슈가 되어, 사회적 논란이 될 경우를 제외하고는 별다른 관심을 갖지 않는다. 하지만, B라는 친구는 연예 뉴스를 자주보는 편이며, 가십거리에도 관심이 많다. 그렇다면, 이 둘이 위에서 언급했던 "매일 연락해도 이상하지 않은 부류"가 되긴 어려울 것이다. 물론, 연예계가 아닌, 다른 '공통된 파이'가 존재한다면 다른 이야기가 되겠지만.



3. 가장 중요한 것은 나의 단단함
하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나' 자신의 단단함이다. 그게 심리적이 되었든, 경제적이 되었든, 무엇이 되었든 말이다. 내가 단단하지 않다면, 다른 사람과 나의 관계도 단단하기 어렵다. 친구가 되었든, 연애가 되었든.
음.. 주저리주저리 글을 써보았지만, 더 이상 이 글을 왜 적어야하는 지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여기까지 해야겠다. 주변을 적당히만 챙기고, 나를 가꾸는 데에, 발전하는 데에 보다 집중하는 것이 인간관계, 친구관계도 같이 좋게 만들 수 있는 열쇠가 아닐까 한다.